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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한국실험예술제 온라인 웹진 - 곤충의 더듬이나 동물의 촉수를 닮아 있는 안테나는 보통 송수신의 매개 역할을 하는 기구로 생각됩니다. 안테나에서 탄생한 "안테나다"는 "안테나~다!"라는 친근한 외침이자 '안 태나게' 움직이는 전달자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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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표범'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9.15 [2009 한국실험예술제] 흑표범 (9.13, 클럽 오백)
2009. 9. 15. 09:48 Anth-e-nada(작품 포커스)


01234

 얼굴에 흰 색 마스크를 뒤집어 쓴 익명성과 보편성을 갖춘 사람들은 달리기 시작하며 혼란스러운 사회를 조직한다. 마네킹들이 흩어져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 죽었다는 소리를 하고, 미쳐 있다. 대단히 연극적인 상황에서 흑표범은 신기한 듯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따라다니기도 하고 따라 하기도 한다.

 작가는 혼란스러운 세계에 한 발 나와 있지만 곧 그 세계를 전유하는 과정으로 그녀에겐 꿈일 수도 있고 판단 중지의 혼란이 될 수도 있다. 시간은 멈춰 있다고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현실은 진행되지 않고 기억만이 떠돌기 때문이다.

 가슴 한쪽과 성기를 내놓은 작가는 아담과 이브의 이브처럼 순수하게 그것들을 보이는 듯하지만 한편으로 자극적이다.

 흰 연기가 나오며 일순간 모든 것이 깨끗해진다. 죽음이 아니라 상황의 정리에 가깝다. 한동안 얕은 조명이 은은히 그들 위를 덮고 있을 때 그녀가 하품을 하고 일어나 세상을 본다. 꿈을 꾼 것이기도 하고 재편된 세계의 감각이 전이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죽은 듯 누워있는 사람들을 만지지만 그것이 죽음으로 인지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녀가 또 다른 세상 즉 관객으로 그 시선을 넓혀 애타게 도움을 청하고 겨우 한 명의 관객을 끌어내고 나서 자신을 기둥에 옷을 풀어 기둥을 묶고 달려가지만 기둥에 묶여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몇 번 거친다.

 죽은 사람들과의 거리를 은유적으로 다시 전유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안타까움의 기조가 전면을 흐르는 것은 같다.

 결국 그녀의 슬픔이 전이된 것일까? 세상을 깨우는 데 성공하는데 그들은 끈이 잡아당기는 물리적 거리처럼 정면을 향해 다가서지 못하는 간극을 상정함으로써 끝을 맺는다.

 그녀 역시 그러한 전환의 지점에서 다시 잠들었다 깨어난다.

 세계는 나의 의식과 연관되어 재편되되 그것은 너무나 낯선 방식으로 눈앞에 나타난다. 실재를 겪는 것은 끔찍하되 그 이상은 없다. 그래서 내러티브는 앞선 방식으로 연결되어 결말을 내는 게 아니라 그 순간에서 더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앞선 연극적인 스타일은 잊을 때도 된 것이다.


posted by 아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