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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한국실험예술제 온라인 웹진 - 곤충의 더듬이나 동물의 촉수를 닮아 있는 안테나는 보통 송수신의 매개 역할을 하는 기구로 생각됩니다. 안테나에서 탄생한 "안테나다"는 "안테나~다!"라는 친근한 외침이자 '안 태나게' 움직이는 전달자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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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7. 15:57 Anth-e-nada(작품 포커스)


중계식으로 퍼포먼스를 진행할 때 그 시작은 이쪽 현장에서 시작된다. 곧 여기가 그쪽에서 중계되거나 표상되지 아니할 때 그는 퍼포먼스를 시작할 수 없다. 김백기 예술감독이 ‘여기가 다 준비가 됐다, 이제 시작해도 된다.’고 할 때 퍼포먼스는 이미 거기에서서의 작가 '성백'의 시작이 아닌, 여기서의 시선과 현장에 있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시작 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사람 두상의 정수리 부근 구멍이 뚫린 조각에는 식물이 나 있고, 여기에 흙을 뿌리며 또 그 흙을 입에 넣으며 그리고 카메라 앞 놓은 비닐에 흙을 뱉으며 끝난다.

기타 소리가 서정적으로 울리는 가운데 환경에 자신의 의식을 불어넣고 현실을 초월하는 듯한 몽롱한 화면에서 작가는 존재한다.

스크린은 현실을 매우 다르게 같은 시간에 다른 공간으로, 그래서 사실상 매개 과정의 간극을 통해 그 존재함이 묘하게 현실을 중개한다.

▲ 심철종

심철종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를 자신의 실존적 의식의 자장에 반복해서 집어넣는다. ‘아버지는 돌아가셨다’는 말은 계속 튀어나와 현재의 생각을 앞지른다. 이것은 유예되고 다시 반복되게 되어 있다. 나는 살아있지만 지금은 살아있다는 것만 알 뿐이다. 이런 긴박한 의식적 흐름의 구성은 그를 지우고 목소리만 남아 내면의 갈급함에 손을 내민다.

메트로놈보다 빠른 박자의 언어는 의미와 이미지를 생성하는 이야기와 현실의 구조를 만들지 않고, 생각과 의식에 앞서는 언어, 무의식의 언어 조각들이 강박적으로 그를 사로잡고 있다. 언어는 결코 생각에 의해 의도적으로 생성되지 않는다. 이것이 거의 말해지는 대로 말하는 것이라면.

임택준은 붉은 줄을 무대 양 옆으로 크게 달아 놓고 그것을 당겨 팽팽한 장력에 자신의 실존적 몸부림을 더한다. 구도자적 여정과 같은, 또 내면의 명상적인 침잠의 사유를 더하며 순수한 이념의 언어의 힘을 빌려 현실을 나아간다. 이는 정신적 수행에 가깝고, 나오는 노래 역시 목소리 자체에 이념과 삶을 일치시키는 진정성의 노래다. 지금은 올 수 없는 이전 시대의 목소리와 노래.

▲ 유지환

유지환은 매우 즐거운, 어떤 이념도 표상도 재현도 없는 놀이의 규칙을 가진 즉석의 즐거움을 무대에 전이시킨다.

관객들을 9명 선정해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마스크를 모두 쓰게 해서 수치심을 관객으로부터 없애게 하는 일종의 작가 스스로의 방편으로 제시된 규칙을 따르게 된 이들에게, 총 소리가 나고 이에 맞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죽는 또 하나의 규칙이 주어지고, 관객들은 아니 퍼포머는 한꺼번에 죽는 게 아니라 수차례 나뉜 그 죽음의 연기(演技)를 통한 연기(延期)의 순간을 수행한다. 이것이 다다.

▲ 조은성

조은성은 삶을 퍼포먼스 무대에 끌어온다. 장뇌삼을 잘근잘근 씹어 먹는데, 언니가 자궁경부암이 걸렸다는 진단을 듣고 난 이후, 굳이 삶을 퍼포먼스와 분리하거나 그녀가 당면한 문제를 벗어나거나 하지 않고 그녀는 이것을 무대 위에서 먹으며 무대에 펼쳐 놓는다. 일부러 검은 화면에 검은 글씨로 타자를 치고 나중에 커서로 그것을 긁어 한 문장으로 표현함은 대화를 하기보다 잠잠한 자신의 내면을 조용하게 건네는 측면에서 유효하다.

▲ 문재선

문재선은 하프처럼 생긴 조명 장치가 달린 구조물을 가져와 무대에 놓고 물을 쟁반에 붓고 바닥에 몸을 밀착하며 물을 숨으로 천천히 깊숙이 빨아들이고, 바닥에 입을 대고 천천히 숨을 쉬어 물을 바닥에 새어나오게 한다. 이는 물을 명백한 크기로 그 줄어듦과 옮겨짐을 감각케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저 물과 바닥과 내지는 쟁반과 신체가 숨을 통해 접합되어 있고 몇 번의 옮기는 과정의 물리적인 결과물 안에 여러 숨과 행위의 시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하는 것에 가깝다.

더군다나 바닥에 흩뿌려진 물을 자신이 처음 벗었던 바지로 훔치고 무대를 물러난다. 어떤 결과물도 실은 남기지 않는 것이다. 다만 행위의 과정만, 신체의 집중성의 표현에 대한 미감과 사유로서 신체만이 존재할 뿐이다.

'유도화'는 ‘현장성 감각 인상을 채집’한다는 말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그녀는 마치 관객과 유리된 듯 작은 텐트 같은 곳에서 시야를 넓게 확보하지 않고 관객과 직접적인 대면을 피하고 있는데, 한편 이는 명백하게 무대의 관객에게서 유래하는 시선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는 사유가 조각되는 과정을 대화의 언어가 아닌 독백과 글의 언어로 표현한다.

이는 작가의 사상의 지문이 채취되는 순간이기도 하며 자신은 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타자의 수행은 있지만, 그녀의 생각만이 몇 초의 간극, 곧 몇 개의 단어들을 통해 의미를 파악하는 우리의 인지 과정의 경로에 비추어 그것이 조금 뒤늦게 파악되는 과정 속에 의미의 형성 과정의 간극을 겪게 만든다.

동시에 이 사유가 오가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결과물을 형성하지 않는 것의 현실을 메타적으로 언설하며 그녀는 아무 것도 만들어주지 않을 것임을, 적극적으로 관객이 채워 넣는 퍼포머로서 위치를 수행함을 이야기한다.

관객을 망원경으로 살피고 그 인상을 적는, 곧 시선의 문제, 그리고 무엇이 직접적으로 수행을 하는 주체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그녀는 오히려 관객을 관찰하고 관객이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대상일 수 있는 주체, 주체일 수 있는 대상, 퍼포머와 관객의 위치를 역전하면서도 그 경계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것이 흥미롭다.

▲ 김은미

김은미는 주차장에서 퍼포먼스를 했다. 비닐 위에 자신의 대변을 놓고 거기를 엉덩이로 깔고 비빈 후 손에 묻혀 무섭지 않다고 쓴다. 자신의 뱃속에 있었지만 사실 지저분하게 인식하는 일종의 모순과도 같은 우리 사유의 역설을 드러내는 것이다.

▲ 방효성

방효성은 앉아서 손을 사용하지 않고 상추를 입으로 씹고 먹은 뒤 어기적거리며 먹은 뒤 그것을 옷에 닦는다. 신체를 통과한 오브제, 그리고 신체-오브제적인 설치로 자신을 드러낸다.

▲ 변영환

변영환은 돈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간단한 퀴즈를 통해 인식시킨 후 동전이 담긴 통을 몇 개 관객에게 나눠주고 큰 투명한 원통에 그것들을 담게 한 후 가득 찬 투명 원통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얹고, 만 원짜리 음악과 함께 지폐를 단 자전거를 탄 인형이 움직이는 사이에 지휘를 하고 로댕을 끈으로 묶어 들어 올리고, 돈이 든 원통을 쓰러뜨린다. 돈에서 실존하는 존재의 구출이자 목에 걸린 줄로 인한 자살을 시키는 것이다.

10440개의 비, 비를 숫자로 셈으로써 오히려 더 추상적인 비를 체감케 한다. 그리고 셀 수 없는 시간이 거기에 새겨진다. 이것은 시다. 작가가 거기에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시는 마치 설화와 같이 작가와 함께 사라진다. 어딘가의 기억으로부터 유래되는 시.

▲ 이혁발

이혁발 작가는 몸을 장애인처럼 놀리며 일상의 몸을 포기하고 새롭게 신체를 조각한다. 마치 공룡처럼 손목을 꺾어 내밀고 혀를 내밀어 또 다른 변이를 이룬다. 이는 뇌성마비 작가 강성국의 몸을 자신이 체현한 것으로 재현이면서 실은 타자에 대한 초월론적 소통의 길을 구현코자 하는 것이다.

▲ 이승택

이승택 선생은 거의 생애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퍼포먼스를 하는데, ‘에이즈 퍼포먼스’, AIDS 문구를 쓴 휘장을 팔에 두르고, 세밀하게 조각된 성기 조각을 막걸리를 부은 통에 끼워 관객들에게 종이컵에 따라 준다.

에이즈의 심각성을 유희적인 재미와 일 대 일로 관계를 맺는 가운데 변용시키는 가운데 하나의 퍼포먼스가 끝나고, 여자가 뒤로 돈 나신의 커다란 설치물을 들고 위치를 바꾸며 그 중간에서 혀를 내미는 익살을 표한다.


나이를 뛰어넘은 매우 재미있는 장난이자 설치물과 신체 간 관계를 역동적인 그림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마지막에 설치구조물 앞에 나와 기념사진을 찍어 오늘 자리한 퍼포먼스 아티스트들이 자리함으로써 이날 실행된 퍼포먼스 시간들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경험의 순간을 완성한다.


 

posted by 아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