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어터제로에서 열리는 예술제의 메인 극장 공연에는 한젬마 씨를 비롯하여 퍼포MC라는 공동 진행 프로그램이 새롭게 한국실험예술제의 진행 시스템으로 도입됐다. 아티스트들에 대한 사전 인터뷰를 바탕으로 화려한 언변과 조금 더 매끄러운 진행과 함께 퍼포MC들이 지닌 장기들을 선보이는 시간들이 아티스트와 아티스트의 공연 막간을 이용해 마련될 수 있었다.
이철성 씨의 「늑대의 옷」은 에너지를 증폭하여 전달하되, 연극적인 정형화된 규칙을 벗어나는 밀도 있는 움직임의 언어가 두드러지는 공연이다. 시집에 대한 소개로 자신의 정체성을 시인으로 상정하며 곧 몸의 언어로 시를 옮기는 과정에 들어섰다. 이철성의 서 있는 것 자체가 현존의 강한 존재감을 드리운다.
양복의 갑갑함을 드러내는 감각이란 야생에서의 늑대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통한 것이 아닌 그 대척점에 있는 일종의 양복 자체와 긴밀한 몸의 반응을 통해 얻어진다는 점에서 메타포가 사용됐다고 볼 수 있겠다.
그가 늑대의 옷 안에서 야생의 본능을 피어 올리다 거울로 돌아와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장면은 거울을 돌아 뒤를 바라볼 때 환영과 심연으로 작품은 가라앉는다. 거울은 현실에 대한 안착이지만 방금 전의 늑대의 감각은 그의 몸을 타고 흐르고 있고, 반면 그것이 꿈인 듯 현실적인 층위를 획득하며 앞선 감각들은 환영의 자취를 기록하는 것이다.
시 퍼포먼스 뒤에 즉흥 공동시 시간이 이어졌다. 첫 번째 사람이 “시가 움직인다”고 썼고 이는 곧 제목처럼 작용했다. 그 뒤에 문구가 이어진다. “날아오를 것만 같았어”
여러 사람들이 나와 시 한 절씩을 이어갔고, 유기적 결합을 이루는 대신 각각의 층위가 계속해서 깨지며 새롭게 시가 완성되어 갔다. 그래서 당시 쓰진 않았지만 그 뒤에 시를 이어 보았다.
-시가 움직인다-
시가 움직인다
날 시가 움직인다
쉼 없이 추락하며 날자 다시
다시금 시가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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