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

블로그 이미지
2011한국실험예술제 온라인 웹진 - 곤충의 더듬이나 동물의 촉수를 닮아 있는 안테나는 보통 송수신의 매개 역할을 하는 기구로 생각됩니다. 안테나에서 탄생한 "안테나다"는 "안테나~다!"라는 친근한 외침이자 '안 태나게' 움직이는 전달자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트신

Recent Trackback

Archive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2013. 12. 12. 16:57 카테고리 없음

120908

2012한국실험예술제 개막식이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 열렸다. 먼저 포클레인 퍼포먼스가 열었다. 포클레인의 삽으로 와인이나 막걸리를 관객들에게 따라주는 퍼포먼스였다.
 
이어 김태윤 작가의 개막 퍼포먼스가 열렸다. 현장에 없는 여러 작가들과 현장의 관객들이 모바일 기기에 쓴 문장이나 이미지가 실시간으로 스크린 위에 나타나는 퍼포먼스였다. 정창래 의원은 첫 번째로 "술 중에서 제일 맛난 술"을 묻고 이어 "예술"이라고 답하며 포문을 열었다.
 
양자주, 장콸, 박현지 이상 세 명의 작가가 한 번에 접속해서 하나의 스크린에 이들의 드로잉이 동시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퍼포먼스는 “바퀴가 있는 곳이 길이고 바퀴가 있는 한 길은 영원하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
 
하나의 현장에 있는 각 사람들의 스마트폰기기들은 실제 소통을 이뤄내는 차원에서 쓰이지 않는데, 하나의 현장에서 그리고 설사 다른 곳에 있더라도, 하나의 소통을 이뤄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게 작가의 의도였다.
 
'홍대 앞 문화를 진단하다', 토크 퍼포먼스
 
오후 3시경 열렸던 2012한국실험예술제 퍼레이드는 큰 규모로 화려했지만, 개막식 분위기는 잔잔했다. 마치 요즘 낮은 덥지만 밤은 쌀쌀한 늦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을 반영한 듯했다.
 
개막식 퍼포먼스에 이어 진행된 토크 퍼포먼스에서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은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을 능가할 만한 곡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들며 최근 출장을 다녀온 국가인 폴란드에서 ‘강남스타일’에 맞춰 폴란드 젊은이들이 구름처럼 모여서 ‘말춤’을 추고 있는 현장을 봤다고 전했다.
 
김백기 한국실험예술정신 대표는 홍대 앞을 28년째 지키고 있는데, 이렇게 다양한 문화가 혼합되어 있는 곳이 세계적으로 드물다면서 관객들을 향해 홍대 앞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부탁했다.
 
2009년 '스트리트 H' 매거진을 창간한 장성환 대표는 “삼십년 정도 홍대 앞에 있으면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것들이 그냥 지나치고 마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잡지를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어 장성환 대표는 ‘강남스타일’이 인기를 얻는 데 대해 “강남보다 홍대가 훨씬 좋다고 생각하는데, 재미있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동네가 재미있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험예술제를 통해서 더욱 재미있는 동네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사회를 맡은 한젬마 작가는 홍대 작업실을 튼 지가 11년이 되어 가는 것 같은데, 홍대에 오랫동안 계셨던 분들이 “옛날이 그리워.”라는 말씀을 많이 하는 이유를 그런 말이 왜 나오는지에 대한 질문을 패널들에게 던졌다.
 
김백기 대표는 홍대 앞 문화는 90년대 초중반에 만들어진 문화로 당시에는 아티스트들이 만들어 나갔는데 2000년대 들어 클럽이 상업적인 공간으로 변함에 따라 예술가들이 홍대 앞을 많이 떠나게 되었다고 전했다.
 
올해까지 스트리트 H를 통해 동네 소식을 모두 볼 수 있는 포털 사이트를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포털사이트들이 통사 오륙개월에 한번 지도를 업데이트하지만 스트리트 H의 경우 한 달에 한 번씩 사이트를 업데이트한다고 전했다.
 
정창래 의원은 홍대 앞을 세계 제일의 예술의 거리의 메카로 만들고 임대료 상승에 어려움을 겪는 예술가들의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고자 전했다. 첫 번째 국내 화력발전소인 당인리발전소가 문화창작 발전소(문화 복합 단지)로 발전해 나가고자 하는데, 현재 발전소가 이사할 공간을 찾지 못해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김백기 대표는 베를린을 갔다 오면서 예술가들 자생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생각했는데, 그 하나의 대안이 ‘버스킹 문화’였다고 전했다 카페 등에서도 예술가들이 공연을 많이 하는 것을 보며 많이 감명받았다고 전했다
 
정창래 의원은 홍대에는 다른 것들이 많다며 “사람, 색깔, 아이디어, 예술가들의 자유, 가능성, 희망”도 많은 반면, 부족한 것들도 많은데, “예술인들에 대한 배려, 활동 공간, 현장, 국가의 보호”도 부족하다고 전했다.
 
윤진섭 평론가는 어느 도시든 랜드 마크가 있는데, "홍대 앞"하면 떠오르는 것이 없다며 당인리발전소를 박물관으로 만들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라이브클럽 빵’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등 대표는 “대통령을 잘 뽑아줬으면 한다. 이상한 사람 뽑으면 우리 돈이 그냥 땅바닥에 들어간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예술이든 시민이든 상식을 갖고 즐겁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실험적 음악 공연들
 
토크 콘서트가 끝나고 막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자 갑자기 외국인들이 무대 앞에 난입해 춤을 췄고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판이 만들어졌다.
 
김우주천왕의 ‘으르렁~ 쾅!’하는 사운드와 함께, 전자 비트와 리듬을 만들어 내는 패드 연주가 뒤따르는 독특한 연주가 무대에 올랐다. 일종의 일렉트로닉 음악의 경쾌함과 클럽 음악의 춤추기 좋은 비트가 만들어졌지만, 중요한 것은 거기에 그것을 감싸는 매우 격렬한 끓어오름의 사운드와 노이즈였다.
 
긴 머리에 마스크를 쓴 작가의 이미지가 그에 잘 맞아떨어졌다. 교통 소음 등이 중간에 뒤섞여 들기도 했고, 몇몇 피처링이 배경음악으로 섞여들기도 했다.
 
‘내귀에 도청장치’는 독특한 분장에 뇌쇄적인 보컬 이혁을 비롯하여 몽환적이면서도 탄력적인 리듬의 폭발적 연쇄 과정을 밟아 나가며, 관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무대 앞쪽의 펜스를 치우자 관객들이 다 몰려가서 환호를 외쳤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이 멈춰 그들의 무대와 함께 했다. 앙코르를 두 곡이나 했고, 세 번째 앙코르가 나올 때 사회자의 멘트로 끝이 났다.
 
2012 한국실험예술제의 개막식은 인터액티브적 라이브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홍대 앞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해 보는 한편, 대중의 힘을 얻는 음악 공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공감과 열광을 함께 얻었다.
 
120909(야외)

사스키아 에덴스가 걸친 거울 장신구들은 그 앞의 이미지들을 흡수하고 변형시키며 빨아들였다 또 멈췄다. 독특한 에너지를 발현하는 장치로 인한, 그 속의 세계는 소용돌이와도 같은 이미지들의 흡수와 왜곡이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그녀가 사람들 앞에 나타나 자신과 상대방의 얼굴 사이에 거울을 놓고 비추자 앞뒤로 오가는 미세한 조율을 통해 그녀와 상대방의 얼굴이 뒤섞여 하나의 얼굴이 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를 주변에서 직접 확인한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실제 그 당사자가 되어 보면 이 일치의 경험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 곧 타자의 시선을 거쳐야만, 그리고 그 이전에 작가와 다른 누군가가 함께 해야만 그와 같은 외부의 경험이 가능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다분히 수행적이다.

내가 나나 타자를 보는 게 아니라 나와 타자의 혼종된 무엇을 본다는 것은 이 거울 세계가 지닌 독특한 반영의 결과다.

MYK HENRY는 “아트”에서 ‘아’를 의성어로 두고 길게 발음하며, 마치 오토바이를 타고 주행하는 듯한 소리를 낸다. ‘흑인’과 ‘유대인’ 등 대립적인 계열의 개념들을 병치시킴으로써 오히려 차이와 분별을 통해서만 성립되는 언어의 기능을, 우리가 가진 차별 의식을 들여다보는 차원에서 활용한다. 이어 검은색 풍선을 터뜨리는데, 이러한 부풀림의 확장과 예고된 폭발로의 긴장, 그리고 판명한 끝을 내는 폭발의 순간 이후는 매우 단순한 것이면서 긴장과 완벽한 수행의 종말을 맞는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이는 야외에서는 더 큰 오브제, 가령 타이어를 활용해 더 긴 지속 시간과 그만큼의 파급 효과를 기대하게/두렵게 만든다. “Death(죽음)”을 이어 결론의 명제로 제시하는데, 죽음을 가시화한 것인 동시에 마음을 졸이는 순간으로 실제적인 효과를 얻어 낸 것이다.

관객 역시 그에 맞춰 숨을 들이마시고 뱉게 되는데, 사실 불안의 원인은 마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인데 이토록 불안을 주다 마지막 그 터짐의 순간을 우연하게라도(사실 다 피하려 하기 때문에) 마주한다면 그 충격은 크다. 아니 그 소리에 멍멍하다가도 현실의 구멍이 뚫리는 것 같은 묘한 현상을 마주하게 된다. 이 불안 증세는 사라지고 어떤 쾌감을 느끼게 된다.

 

120911-120912(부토 공연)

죽은 자의 춤 곧 부토는 죽은 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죽음이 펄떡거리는 춤이 되어야 하며 이 죽음은 오직 관객 모두의 죽음에서부터 출현한다. 자신의 죽은 체로써만은 가능하지 않다. 죽은 자의 춤은 죽은 자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할 때 우리가 죽음을 목격하게 될 때 그래서 이 세계가 결국 산 자의 세계가 아닌 세계가 될 때 곧 죽은 자가 되어 죽은 자와 만나는 세계가 될 때만 가능해진다.

악가 연주가 커지거나 다른 악기로 변하거나 해서 그전과 다른 급선회를 할 때 그에 맞춰 이 죽은 몸 다시 말해 굳은 몸을 겨우 펴내기도 한다. 곧 이 죽은 자는 현장의 규칙을 완전히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자율적인 몸을 선택하는 것처럼 설사 보인다 해도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내외부의 곧 자기만의 규칙과 안무의 원리가 없어 다른 규칙에 쉬이 동조될 때 얻는 간극은 상당히 크게 마련이다.

두 번째 공연은 장구와 드럼의 판이었다. 거기에 한 남자가 그 에너지를 잔뜩 받으며 몸을 부풀리고 또 뒹굴었다. 세 번째 공연은 꼬챙이에 낀 먹을 것 모형을 든 가부키 복장의 여자와 하얀 색 옷의 아이를 형상화하는 여자 간의 모종의 관계 맺음이었는데 서로는 또 각자의 움직임을 펼치는 가운데 그 같은 묘한 관계가 엮어졌다.

강성국 작가는 일본 무용가 둘을 안고 둘 안의 경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진동한다. 바깥에서 그 안으로부터 큰 파도가 휩쓸러 가고 또는 폭풍이 사라진 후 몸은 같이 휑하다. 이 몸은 이 거대한 궤적의 사운드, 어느새 몸을 따라 몸에 축적되며 커지던 사운드가 벗어날 때 몸에서는 분명 어떤 간극이 발생하게 된다.

마지막 공연은 모두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멜로디언 불고 입에 물고 몸통을 다리 사이에 끼며 아무렇게나 건반을 두드려 소리를 내거나 야구 타자 폼을 잡고 관객을 때려 소리를 즉석에서 내기도 하는 가운데, 장구의 가속도를 냄을 따라 잡을 수는 없다. 거기에는 휩쓸러 가게 되어 있다. 온통 것들이 뒤섞여도 장구는 메타적으로 그 위데 덧씌워지며 이 상황을 여유 있게 관망한다.

120913
사스키아 에덴스는 뒤로 물러서서 거울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를 반영하던 그는 거울을 직시하고 거기서 떨어져 벗겨져 나옴으로써 끝을 맺는다.
 
성능경 작가는 ‘퍼포먼스라는 바다’에 뛰어들기 위해, 평소 퍼포먼스에서 일상의 퍼포먼스화를 보여주기 위한 주문과 준비 체조는 생략한 채 바로 “생즉사生卽死”의 경계를 가리키는 물로 뛰어들어 시계(시간)를 구원하며, 촉박한 죽음 직전의 시간을 물질의 무게로 바꾸고, 이를 이빨로 들어 빼냄으로써 육체의 감각으로 전환한다.

Philip Brehse는 네 개의 국기를 묶은 것 두개를 돌리며 “나는 항상 늦다 나는 잊었다 나는 늦었다”를 반복하며, 미하엘은 지구본 같은 하나의 세계를 돌리고, 전구를 그 속에 낀다.
 “나는 지불했다 너에게 나는 지불할 수 있다”의 발화에 이어, 옷을 벗어, 두 세계의 극단적 대비를 창출하며, 누드로 무대 벽에 원을 드로잉한다.

김석환 작가는 붉은 피의 내장이 축적된 단지에서 내장을 먹고, 이를 얼굴에 바르고 또 고무줄을 얼굴에 끼기 시작하며 먹는 것과 먹히는 것의 경계를 없앤다.

에릭은 타이어를 던져 자신의 등에 맞고, 자신의 몸에서 튕겨 나간 타이어를 다시 제자리로 위치시켜 던지고 손을 머리 위에 올리고 고개를 숙인 채 그것을 보지 않은 채 또 맞으며 형벌의 의미와 그것의 은밀한 쾌락의 공모, 그리고 인류사의 고문과 연관한 족적을 어느 정도 상기시킨다.

이혁발 작가는 ‘싱그러운 아침의 식탁보를 빛나게 하는 풍성한 과일’ 등을 발화하며 침이 고이게 만들고, 집을 나서 여행을 떠나 쾌적한 공기를 마시며 상쾌하게 눈을 뜨는 과정으로 심리 치료가 가능함을 역설한다. 예술을 일종의 시뮬레이션 효과 그리고 유사-여행의 형태로 전도시키는 셈이다.

sp38은 야광봉을 들고 어둠과 밝음, 그리고 생명의 은밀한 숨을 드러낸다.

방효성 작가는 풍선을 불어 터뜨린 뒤 그 위험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풍선을 터뜨리지 않고, 그 위에 매직으로 그림을 그린다. 오르골 음악으로 공포영화의 신비감을 주며 이 음악 자체도 끊겼다 계속 반복된다는 점에서 한층 그 분위기를 고양한다. 위는 흰색, 아래는 붉은 색으로 칠한 광대로 분해 표정 변화를 없앰으로써 얼굴을 일종의 오브제로 기능하는 게 가능해지는 변신술을 선보인다. 이어 마스크를 쓰고 입을 만들며 끝난다.

오라이언 맥스티드가 무대 위에 올라서 발표를 하다 “어나운스먼트(announcement: 발표)”를 외치고, “탱큐(thank you)”로 박수를 치며 등장하는 반복된 행동을 펼친다. 이는 느리게 변주하기도 하고, 시작이 끝이 되고 어둠에서 빛이 나오고 끝에서 시작이 나오는 등 오프닝과 클로징이 독특하게 반전되며 뒤섞이는 효과를 낳고, 일종의 재현은 착시적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다 같이 박수 칠 때는 뭔가 쇼의 분위기가 나면서 관객으로부터 그 쇼의 관중의 정체성이 체현된다. 시작되지도 끝나지도 않은, 시작은 엄밀히 지정되지 않는데, 왜냐하면 이 쇼가 시작되지 않았고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끝나서 박수치는지를 알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관객은 시작될 것의 또는 끝날 것의 리듬이 어느새 익숙한 듯 몸에 익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춘기 작가는 강이 그려진 스크린에 빨간색과 초록색 선분들을 긋는다. 강을 보여주고 강을 파괴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 물음들을 던진다. 결과적으로 선분들이 대한민국 영토의 강의 궤적들이 되고 거기서 심장이 영상으로 작게 나타나고, 그 구멍을 뚫어 풍선을 불어 메트로놈의 긴박해지는 소리와 함께 풍선이 터지고 끝난다.
논 그라타는 토치의 폭발적인 의미를 띠며 일종의 ‘혁명’을 이야기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연금술로써 현실을 세공한다. 관객에게 뜨겁게 달군 쇠꼬챙이로 문신을 새겨주고, 어떤 낙인, 그리고 신체의 변형을 수행한다.

120914

기계 소음이 무대를 옥죄고 “환영”, “행복의 환영”이라고 쓰이는 풍선을 계속 불어 댄다. 스크린에는 수많은 물품 목록이 엔딩타이틀처럼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고, KIRSI PITKANEN의 모습은 하얗게 분칠한 얼굴 광대의 모습에 가깝다.
 
변영환 작가는 십 원짜리 네 개를 붙인 꽃, 그리고 그것들이 뚫고 나간 마네킹을 오브제로 보여준 뒤, 술을 관객에게 따라 주고 돈 통 위에 올라가 소주병 치고 불경 외우며 돈을 징에 떨어뜨린다. 여기에는 “제발 돈아! 돈아! 돌아라!” 자본(돈)의 유연한 순환과 빈부 격차를 줄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수 리 작가는 불빛이 나는 조그만 자전거 모형을 들고 어둠 속에서 이동한다. 검은 봉지를 입고 있고, 바퀴 앞에서 옷을 벗는다. 컨트리 음악에 맞춰 두 개의 인조 바퀴를 팔에 감고 돌리며 끝난다.

위에서부터 인조 손 하나가 내려오고 심장 박동의 기계적 변조가 무대를 뒤덮고 스크린의 물고기가 숲이나 바다 같은 자연에 덧입힌 채 섞여 있는 초현실주의적 그림들을 뒤로 하고 임택준 작가는 흰색 초록색 빨간색 줄들로 얼굴을 싼다. 시계를 껴안고 시계종이 울리며 끝난다.
 
타예 트로스는는 바나나를 하나 먹고 관객에게 던져주며 던지고 잡는 놀이를 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커다란 발바닥만으로 이뤄진 요란스럽게 소리를 낸다. 까먹은 바나나 껍질을 가져온 바구니에 받아, 그것들을 일렬로 나열한 후 의자를 하나 앞에 두며 끝났다.
심홍재 작가는 화선지를 꼬아 열두 개 놓고 화선지에 물로 “인법지人法地”를 쓰고 말아 교차시켜 놓은 뒤 앞선 화선지 끈으로 꼬아 매듭을 만든다.

강성국 작가는 “잘 가고 있나요(Going well)?” 질문을 던진다. 옷 하나를 걸치고 가고, 또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 말이 전동 휠체어를 발로 조작하며 감으로써 부각되는 그의 비극성을 감싸며 묘하게 슬픔을 더 극대화한다. 전동휠체어의 경고음이 울리고 그가 내려 휠체어에 끌려온 옷을 힘겹게 입음으로써 끝난다.

트롬본 연주는 둥글게 도는 순환을 가시화하고 있고, 그에 맞춰 부토 무용수들은 뭉쳤다 흩어졌다 하는데 매우 복잡한 춤의 어려움을 표현하려 하지만 그 바탕은 매우 단순한 춤에 불과하다. 거칠고 불규칙적으로 부는 트롬본의 리듬에 따라 몸은 조율당하는 것에 가깝다.
 
유지환 작가는 맥주 한 병씩을 나눠 주고 무대를 돈다. 서로 ‘덤앤더머’처럼 툭툭 뱉는 말들이 웃기다. 상이라는 것과 현장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강타하는, 그래서 더 이상 진지한 작품 감상을 보는 게 아니라 즐기는 하나의 쇼를 보여주는 첫 현장이 만들어진 것이라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이틀간의 쇼가 끝나는 시점에서 말이다.

120915(야외)

인트로는 불특정 관객 한 명을 선정해서 카트에 태워서 끌고 가는 ‘당황스런 주인공을 만드는’ KIRSI PITKANEN의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여러 퍼포머의 협업으로 이뤄진 다음 퍼포먼스는 관객을 원으로 에워싸고 자전거를 타고 그 주변을 돌며 혼란스럽게 관객-원을 조직하고, 관객-원으로 넓게 원 형성하게 하고 이어 그 안에서 샴페인을 돌려서 가리키는 방향의 관객에게 샴페인을 터뜨려서 주며 우연성과 혼란, 즉흥성을 강조했다.

갑자기 퍼포머(제임스 토플)는 쓰러져서 진행자는 얼굴이 빨개져 몸을 주무른다. 구급차가 와서 싣고 간다. 관객은 이것도 하나의 퍼포먼스 진짜인지 아닌지에 대한 혼란 속에서 퍼포먼스를 보게 된다. 나중에 모든 퍼포먼스가 끝나고 제임스 토플이 나타나 꽃을 관객 한 명에게 수여하며 반전된 분위기를 낳는, 죽음이란 실재가 현실/일상/공연에 개입하며 그것의 개념을 전도하는 식의 퍼포먼스였다.

오픈스페이스는 모자를 내밀어 돈을 받고, 차를 데우고, 불을 지피고, 각 국기가 태그된 차를 넣고 우려내어 관객에게 나눠주고 돈을 받는다. 어떤 특별한 리듬이 없어 어떤 일을 하는지 매우 혼란스런 상황이 된다. 예술가의 생존방식과 모두의 축제가 되는 방식을 재현/구현하는 실제적이고도 연극적인 재현 방식의 퍼포먼스였다.

120915

논 그라타는 신문지로 싼 한 아름이 좀 안 되는 무언가를 가져와 관객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는데 곧 드러나지만 분홍색 긴 풍선 뭉텅이다. 매우 정신이 없다. 풍선을 위로 들어 터뜨려 유희성을 강조한다.

제임스 토플은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등의 물감을 대용하는 여러 차나 색감이 들은 오브제에 자신의 성기를 담그고 이를 하얀 종이에 묻혀 바르는 식으로 채워가며 색색으로 얕게 이뤄진 바퀴를 만들어 나간다. 자신의 성기를 담근 와인을 마시기도 하고 그 위에 오줌을 눟기도 하는 등 먹는 것과 칠할 것, 먹는 것에서 싸는 것까지의 여러 행위의 경계가 액체와 오브제에 섞여 든다.
 
이승택 작가는 불 그림을 그리는데 캔버스에 불이 붙어 불의 궤적이 뜨겁게 캔버스를 달구기도 하며 순간적으로 이미지 형체를 만든다. 이 불을 끄고 다스리는 역동적 행위는 화가라기보다 대장장이를 일순간 떠올리게 하며 결과적으로 그을음만이 남는 그리고 하나의 커다란 얼굴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 얼굴을 뭉개며 키스를 한다.

오라이언 막스티드가 캔버스를 돌리자 거울이 나오며 관객을 비추게 된다. 무형의 회화 조각에서 실제적 좌우 반전된 자화상으로 대체되고 작가는 사라진다. 곧 관객을 수행적인 퍼포먼스의 주인공으로 전환시킨다. 작가는 사라지고, 그러한 퍼포먼스를 인식할 관객만이 주체로 남는 것이다.
 
조은성의 검은 옷의 통상의 섹시함의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는데 작은 자동차 모형에 실을 매달아 그 실을 입에 물고 입 안으로 집어넣어 가며 자동차를 결국 자신의 앞까지 끌어내 낸다. 그 와중에 옷을 하나씩 모두 벗어 젖히는데 자동차를 컵 안의 물감에 담구고 뺀 뒤 자신의 신체에 물감의 궤적을 남기며 자동차를 이동시킨다. 자동차와 신체의 의지적 연결에서 자신의 신체를 자동차가 다니는 커다란 도로 영토로 바꾸며 거대 신체의 판타지적 환유를 도출해 낸다.
 
사스키아 에덴스는 자전거 바퀴 중간에 엠피를 연결해서 흰 종이로 디스크에 스크래치를 내며 음악을 만들어 낸다. 우연적이고 하나의 결을 가졌지만 옛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묘한 생명력이 돌아감을 통해 만들어진다. 뒤샹의 레디메이드 작품을 패러디/전유한 것인데 사진을 보여주며 그것을 확인시킨다. 일종의 설치작품을 사운드 아트로 다시 탄생시킨 것이다.
 
목에 무거운 돌을 걸고 초록 돌고래 풍선을 왼쪽 발목에 묶어 달고 오른발 한 쪽으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며 퍼포먼스 중반 이후부터는 초록색 물감을 입에서 토해 낸다. 음악은 “옴마니반메훔”이라는 독경의 계속 반복되는 암송이다. 계속 의식의 끈을 놓지 않고 도는 가운데 초록색 물감의 궤적이 무대 바닥에 만들어진다. 육체적 노동을 상정하는 의식적인 퍼포먼스인 셈이다.
 
사토 유키에는 “비행기. 히꼬우끼(ひこうき). 에어플레인(airplane)”을 계속 반복하며 퍼포먼스의 리듬을 만들고 계속 비행기와 관계된 짧은 행동들을 단편적으로 스쳐나가며 한다. 비행기 안 의자에 앉아 음료와 음식을 먹고 비행기가 진동하는 것을 나타내기도 하면서도 계속 세 단어를 하나의 문장 형태로 바꾸는 반복적/유희적 발화 행위는 놓지 않는다. 실제 의자 다리가 하나 부러지는 사태가 발생해서 재미를 줬다.
 
흰 줄로 무대 테두리를 두르고 한영애는 머리카락 한 올을 잘라 넣고 천으로 싸서 들고 다닌다. 이선희 노래가 흐르고 애타게 자신만의 오브제를 안고 돌아다니다 줄을 끊고 무대를 끝낸다.
 
작가는 흰 밀가루 반죽 한 덩어리를 얼굴에 씌우고 사진 찍어 아카이브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한다. 의외로 같이 참여를 부르게 되는 재미를 준다.

윤진섭 작가는 김백기 대표를 특별히 지명해 자장면 빨리 먹기 대회를 벌인다. 빨리 먹되 이기려고만 먹기보다는 노는 재미를 주며 먹는다. 윤진섭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강남스타일이 배경음악을 장식하며 열띤 응원의 장이 만들어진다. 현재 큰 파급력을 띤 노래인 만큼 실제의 영향력이 퍼포먼스에 더해졌다.
 
관객들을 모두 내려오게 해서 자전거로 그 바깥을 돌고 바퀴를 객석 끝으로 올라가 아래를 향해 던지기도 했다. 또 빽빽한 관객들 틈새를 파고들기도 하며 분주한 환경의 혼란스러움을 만든다.
 
120916(야외)
오라이언의 퍼포먼스 팀은 하얀 화살표 표시, 그리고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피켓을 들고 이동한다. 전체적으로 소용돌이와 그것의 확장 및 수축의 리듬을 만든다.

MYK HENRY는 밀가루 가죽을 가져와 얼굴에 덮어씌우고 사진 찍고 자연스레 사람들 지나가게 해서 사진 찍음으로써 일상의 특이함 잡아내고자 한다. 일종의 아카이브가 되는 형식이다.

“useless(쓸모없는)”, “useful(쓸모 있는)” 두 개로 바뀌는 단어들을 발화하며, 자전거 바퀴를 가져와 터뜨리는 매우 간단한 퍼포먼스, 그의 부풀어 오름의 확장/긴장/오르가즘, 그리고 정점의 카타르시스/허무한 소멸로 이어지는 단속적인 리듬의 감각적 서사 방식이 구현된 퍼포먼스이다.

불 붙이기, 부처상, 풍선을 든 여자들, 바퀴를 굴리고 가며 바깥쪽에서 안으로 혼란 주는 오라이언, 새소리, 징, 디저리두, 호스를 가지고 돌려 소리를 내는 유키에, 차에 올라가기.
이러한 경험은 이곳을 낯선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특정 경험을 같이 하기보다는 낯선 곳이 되는 특정 경험의 공통 경험의 영역이 만들어진다. 굉장히 너른 분포, 집중되지 않는 분산된 공간은 우리 스스로가 이 안에 혼란스럽게 이미 뒤섞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은 무엇일까, 왜 모이게 되는 것일까. 어떤 하나의 구멍을 찾는 것이라 하겠다. 소실점 없는, 출구 없는 현재에서 균열되고 동시에 하나의 에너지 형태에 수렴되는 것. 이 많은 사람들을 마주해 그 분포는 어떤 하나의 시선을 마주할 수 없게 된다.

 

글 김민관

posted by 아트신